2025

김과자 <도움 되는 사람> 싱글 발매 후기 + 뮤직비디오 제작기

Snackim 2025. 3. 2. 21:14

 

 

아이디어 - 2023년 12월

  • 재희와 영상통화하다가 노래의 컨셉이 떠올랐다. '사랑 받으려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라는... 웃겨서 킥킥대다가 노래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비극같기도 하고 삶의 긍정 에너지를 주는 거 같기도 한 간극이 재밌었다. 물론 가사에 담긴 것은 완전히 내 얘기는 아니다. 이런 화자와 관계가 있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며 썼다.
  • 서울대입구역 근처 관악중부시장을 걸으며 멜로디를 녹음했던 날이 떠오른다. 날씨가 흐렸다. 좋았하던 사람과 멀어지고 나면 어떤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 거지. 그 변화가 씁쓸한데 이별을 원하는 것은 아니고. 살짝 불성실해지는 느낌이랄까. 그의 우울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피하고 싶어지는 상황. 잠시 피해가면 다시 편한 관계로 돌아올 거라는 관성에 대한 믿음. 상대의 일시적인 슬픔까지도 완전히 이해하고 '구원'하고 싶어했던 옛 연애도 갑자기 떠올랐다. 지금은 오만하게 느껴진다. 대화는 솔직하게. 구원은 셀프. 
  • 가사와 멜로디가 거의 동시에 나왔고 서서히 살을 붙여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멜로디를 대충대충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멜로디에 맞는 코드를 통기타로 찾으며 또 쳐보면서 송폼을 만들었다. 

도움되는 사람.m4a
0.47MB

시장을 산책하면서 흥얼거린 스케치 녹음.

 

 

데모 - 2024년 2월 ~ 5월

  • 기타프로로 데모를 만들었다. 왠지 직접 녹음하는 거보다 편하다. 로직 같은 DAW는 손을 대기가 무겁게 느껴지는 반면에 기타프로는 좀 더 장난감 같아서 손이 잘 가는 편이다. 부담이 없어서 좋다. 인터페이스도 그렇고 뭔가 연필로 스케치하는 느낌이랄까.
  • 데모를 만드는 과정에서 든 생각인데. 멜로트론을 꼭 써보고 싶었다. 키보드나 신디사이저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어색하다. Starwberry Field Forever. Let there be love. 등 나도 꼭 써보고 싶었다. 로직 프로의 기본 가상 악기를 넣어두었다.
  • 상호형(Koralo)에게 들려주고 피드백을 간단히 받았다. 그가 믹싱을 해주기로 했다. 열정 페이 ON.
  • 로직 프로로 넘어가서 러프하게 데모 녹음을 했다. 굉장히 단순한 드럼 리프만 찍어 놓고 이전 싱글과 마찬가지로 상준이에게 드럼 녹음을 부탁했다. 마이크 네 개로 녹음했다. 킥, 스네어, 하이햇, 오버헤드 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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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MB

기타프로 버전 데모

 

녹음, 믹싱 - 2024년 하반기

  • 회사를 다시 다니다보니 작업이 많이 늦어졌다. 그 사이 많은 게 바뀌었다. 상호형은 정말 다양한 버전으로 작업했고. 그 과정에서 공부도 많이 했다. 나도 기타 보컬을 여러 번 다시 녹음하고 새로운 소리도 많이 집어넣었다. 트랙수가 많아져서 나한테는 좀 벅차게 느껴졌는데, 외국 밴드 믹싱 강의 영상 같은 걸 보면 내가 단순하다고 생각하고 좋아했던 노래들도 트랙이 엄청 많더라. 비교적 도움 되는 사람에는 트랙이 여러개 들어갔다. 악기가 많이 들어가면 어떤 점이 좋은지는 확실히 알게 됐다. 물론 여전히 많은 트랙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 믹싱과정에서 BPM이 조금 빨라졌는데. 처음에는 매우 어색해서 괜히 했나 싶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바꾸길 잘한 거 같다. 감상이 그때 그때 다른데, 그렇다고 시도하지 않는 게 답은 아닌 거 같다.
  • 마지막에 넣은 기타 솔로가 아주 맘에 든다. 하길 잘했다.
  • 효자 플러그인 : 사운드토이즈 에코보이

 

김과자 <도움 되는 사람> 뮤직비디오

 

발매 - 2025년 2월 28일

  • 앨범이 세상에 나오고 나니 뿌듯한 만큼이나, 내 크기를 알게 되어서 한층 작아진 느낌이다. 하지만 핑계를 대거나 쿨한척 하고 싶지도 않다. 이런 걸로 괴로워하는 것도 지겹다. 내가 나한테 하는 셀프 악플같은 생각들 - 들인 시간에 비해 완성도가 없네, 작업이 느리네, 나이가 들었네, 열심히 안 하네, 취향이 별로네 - 라고 해도... 심지어 그게 다 사실이라고 해도 어쩔거야. 조금 벗어나서 보면 어쨌든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예전보다 음악을 더 좋아할 수 있게 됐다. 좋아하는 소리를 듣는 법, 설명하는 언어 표현도 늘고 있다. 동료도 생겼다. 아직까지 재밌고 더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걸로 충분하니까. 변명하지 말고 그냥 하기로 한 걸 하자. 
  • 옛날 데모나 가사를 억지 부활시킨 게 아니라 비교적 최근의 소재로 작업해서 뿌듯하다. 다음에는 좀 더 다른 걸 해보고 싶다. 다른 장르, 다른 악기, 다른 작업방식 등등...

 

뮤직비디오 후기

  • 뭔가 사이키델릭하게 해보 싶었다. 흐르는 시간. 관계의 변화. 그래서 처음에는 풍경 영상이나 타임랩스를 활용하고자 했다. 그러다 인스타에서 우연히 보게 된 - 스캐너를 활용한 작업을 보고 사진을 왜곡시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근에서 스캐너를 사고, 모아둔 사진들을 스캔했다. 이것저것 올리고 보니 지저분하다고 느껴져서 영상은 빼고 사진만 활용해보기로 했다. 단순하게 컨베이어 벨트처럼 흐르는 영상. 재희가 한국에 오고 나서 사진이 아닌 사물들도  추가해보기로 하고. 예전에 상호형이 아쉽다고 얘기했던 부분을 신경써서 소리와 이미지가 호응하도록 해보았다. 결과적으로 마음에 든다. 컨셉은 단순하더라도 정성스럽게 = 가득하게 만드 재밌다. 조금 나아진 것 같다.
  • 이번에도 재희랑 팀으로 뮤비 작업을 했다. 보이드포테이토라는 이름도 지었다. 보포 화이팅.

 

 

-> 작업사진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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