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 3

[하루들] 2월 2일 - 당근의 날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며칠 전부터 오늘을 당근 거래의 날로 삼기로 계획을 세웠다. 우선은 쏘카로 뒷자석이 접히는 SUV를 빌려놨다. 대충 짐이 실릴 수 있는 크기를 검색했고, 들어갈 수 있는 물건들의 크기를 계산했다. 한번에 집으로 옮길 수 있는 크기와 거리를 따져서 미리 약속을 잡아놨다. 새 집에 이사한 지 2주차, 살림살이를 늘리는 재미를 한창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흥분되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거래 하나가 취소됐다. 소파 스툴과 사이드 테이블을 거래하기로 한 사람이 PCR 검사와 기차표 문제로 (정확히 무슨 이유인지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당일 거래가 어렵다고 채팅이 왔다. 애초에 계획한 구매가 4건이었는데, 그 중 2건을 약속한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니 김이 샜..

2022/2 2022.02.03

[꿈일기] 행성 파괴, 죽음

간밤에 꿈을 꿨다. "내일 다 죽는대!" 문을 열면서 말을 내뱉은 사람의 표정은 복잡했다.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했다. 공감을 받고 싶은 것 같기도, 안쓰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과학자들 말이 운석이 충돌해서 다 죽는대" "100퍼센트래" 누군가가 덧붙였다. 나는 창밖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무언가가 하늘에서 날아와 땅을 때렸다. 펑. 소리와 함께 노란 불빛이 번쩍했다. 내일이라며? 꿈속에서 허용되는 간주 점프인지, 아니면 세계의 종말을 앞두고 어느 국가가 못 참고 핵미사일을 발사한 걸지도 모른다. 충격의 반동으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날아갔다. 충격의 반대 방향으로. 세상 밖으로. 어둠 속으로. 나는 엄청난 속도로 나아가며 부서질 듯 흔들렸다. 이제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2/2 2022.02.02

[하루들] 2월 1일 - 서울행

결국 마지막날에 성질을 잔뜩 부리고 집을 나왔다. 먹을 고기도 다 처먹고, 용돈 봉투도 받아놓고, 뱉고 싶은대로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고작 KF94 마스크 챙기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였다. 매일 출퇴근 만원 지하철에서 일회용 마스크를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 어차피 그렇게 조심해도 비행기는 못 타는데 무슨 소용이냐. 이런 마음이었다. 물론 엄마 아빠한테 화낼 일이 아닌데. 그렇게 걱정이 듣기 싫어서였다. 잔소리로 들려서였다. 내 문제인데, 내 감정을 가장 편한 사람에게는 조심하지 않고 말하게 되니까. 날이 싸늘했다. 욕을 계속 뱉으면서 터미널로 걸었다. 숨을 뱉을 때마다 김이 서렸다. 물론 KF94 마스크를 쓴 채로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신호등을 건널 때쯤 후회했다. 걸음마다 엄마와 아빠의 표정이 스..

2022/2 2022.02.02